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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날들/J

(+224) 2주

2주가 흘렀다.


참으로 비슷한 하루하루, 다를게 없는 시간들이지만 

많은 변화가, 많은 도전이 있었던 시간이기도 하다.


1.

아이와 1박2일 외박 여행을 다녀왔다

가까운 곤지암 리조트였지만 우리에겐 큰 결심히 필요했다.

여행은 다녀왔지만 여전히 외박은 두렵다.

이또한 점점 나아지리라고 믿고 또 믿는 수밖에..


2.

그리고, 아이를 낳은지 7개월이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나만의 소소한 시간이 생겼다.

아침이면 유모차를 끌고 근처 카페를 향했고 

아이는 유모차에서 잠이들어 커피한잔 할 정도의 시간을 주곤 했다.


'아 꿈만 같다.'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줄곧 했다.

동네에 이디야 안 카운터 앞 자리는 

아침에 텅빈 가게 안에서 아이와 나와의 자리가 되었다.


3.

그렇게 2주 지났고 날씨는 확연히 차가워졌다.

겨울이 다가오는구나 싶어 기분이 묘해지기도 하고 

겨울이 지나면 복직이 코앞이란 생각에 심란하기도 하다.

어린이집 신청을 해야하는데 벌써부터 내아이가 2:1 , 3:1의 경쟁률싸움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몸서리치도록 싫으면서도 되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이가 경쟁에 찌들지 않음 좋겠지만 1등하면 좋겠어'


라고 말을 하게 되는 부모가 될까봐 겁이 나곤 한다.


아이를 낳기전 상상도 못할 일들을 기르면서 겪었듯

복직을 하기전 상상도 못할 어려움들이 기다리고 있겠지..

미리 예상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겁먹으려고 하지는 않지만 두려운건 사실..

그래도 묵묵하게 잘 견뎌내면 좋겠다.


4.

아이의 피부는 여전하다.

여름이 되면 나을꺼다. 찬바람불면 나을꺼다 라는 기대는 이제 사실 사라졌다.


가끔은 허공에 무얼 해야 나을까라는 의미없는 질문을 하기도 했고 

아이의 팔을 움켜쥐며 '제발 긁지마' 라고 사정하기도 했다.


야속하게도 팔꿈치에서 얼굴, 얼굴에서 등, 등에서 배로 조금씩 옮겨간다.

리도맥스를 바르는 아픔에도 둔감해지고 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 때면 서둘러 아이를 웃게 했다.

꼭 아이가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위해 웃어주는 것 같아서 고맙고 또 고마웠고

웃는 모습을 보다보면 걱정의 농도가 머리속에서 점점 옅어졌다.


5. 

중기 이유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이는 더이상 쌀가루가 아닌 작은 쌀알을 먹기 시작했다.

이는 없지만 제법 오물오물 씹는 모양새도 취하고 

아기새마냥 입을 쩍쩍 벌리기도 했다.


이제 더이상 먹이기 위해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고 

오르골을 틀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먹을 때면 세상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렇게 2주가 흘렀다.

피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고,

기어다니려고 하거나 배밀이를 하려고 하지 않고, 

앉아 있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었다.


남들이 나을꺼라고 해도, 기어다닐꺼라 해도, 앉을꺼라해도 

그 말이 잘 들리지 않는 서툰 초보 부모..


오늘, 낮잠이 든 아이 옆에서 팔배게 해주며 나란히 누웠다.

누우면 보이는 창밖엔 유난히 맑은 가을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저런 근심들에서 조금은 해방감을 느끼며 마음이 편해졌다.

기다리자..


피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할 수도 있고 (바라진 않지만 더 심해질 수도 있고)

아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늦게 기거나 앉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걱정속에 소중한 첫 가을을(그리고 겨울을) 보내진 말자..

아플지언정(가려울지언정) 아이가 웃고 있으니,

또 안고 있을지언정 아이가 신나하니

나는 더 웃겨주면 되고 안아주면 된다. 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아이는 분명 표현을 못하지만 그걸 더 원할꺼라 믿기에..

사랑해 우준아.


1박 2일 여행 가기전 (엄마만 신난듯)


곤지암에서 우리가족


유난히도 좋았던 밤 산책


아침산책후 할아버지 품에서 잠든 아가


문화센터에서 소가된 지후와 우준이


주로 오볼을 들고 외출하는 외출 (졸리지 않을땐 공갈보다 강력)


대부분 잘웃고


이제 커피 마실 시간도 준다


여전히 잘 먹고


아기새마냥 입을 쩍쩍 벌리기 시작했다.


조금은 앉을 기미도 보이고 (여전히 잘 넘어진다.. 근데 뒷배경 너무 더럽다 ㅠ)


순하지도 않으면서 발도 잡고 논다. (특히 양말 신었을때)


제법 사람처럼 무얼 잘 보고 응시도 한다.


입는 옷이 제법 두꺼워진 가을


많이 웃어 주어 고맙고


잘땐 더 고맙고 ( 아빠가 특히 좋아하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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